🎉 2023 제1회 야구 칼럼 공모전 우수상
<사진 출처 – 볼티모어 오리올스 공식 트위터>
한국 시간으로 2022년 1월 1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의 대변신을 예고했다. 그들은 홈구장의 좌측 펜스를 26.5피트(약 8.1m) 뒤로 밀고 펜스 높이를 7피트(약 2.1m)에서 13피트(약 4m)로 높일 것을 발표했다. 마이크 일라이어스 오리올스 단장은 그간 캠든 야즈의 좌측 펜스 쪽으로 홈런이 대단히 많이 나왔음을 지적하며 리모델링의 이유를 밝혔다.
1992년 개장한 캠든 야즈는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트렌드를 선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0~70년대 지어진 메이저리그 구장의 대부분은 타 스포츠와 공용으로 사용된 다목적 구장이었다. 이에 개성보다는 효율이 강조됐고 철과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해 차가운 느낌을 물씬 풍겼다. 캠든 야즈는 이와 정반대에 있었다. 과거 야구 전용 구장이 주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다시 꺼내 '레트로 붐'을 이끌었다. 건물 외벽의 붉은 벽돌과 함께 철도회사의 창고를 활용해 도시의 역사를 구장 안에 녹여냈다. 구장의 위치도 외곽이 아닌 도시 중심부로 들어오면서 빛을 잃어가던 볼티모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이렇게 독특함을 살리는 과정에서 캠든 야즈는 짧은 펜스 길이와 비대칭의외야 구조를 갖게 됐다. 특히나 양쪽 폴대를 기준으로 100m가 간신히 넘는 짧은 펜스는 캠든 야즈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친화 구장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탯캐스트는 파크 팩터를 안타, 홈런, wOBA, 출루율 등으로 세분화해 제공한다. 2021년에 130의 홈런 팩터를 기록한 구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130은 기본적으로 2019년부터 2021년의 누적 데이터임과 동시에 소속팀을 기준으로 홈구장에서 나온 홈런이 타 구장에서 나온 홈런보다 30%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20년 동안 캠든 야즈의 홈런 팩터가 100이하로 떨어진 건 2005년과 2001년, 딱 두 차례뿐이었다. 2008년부터 매년 115 이상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가장 많은 홈런(3,019개)이 나왔다. 문제는 최근 오리올스가 이와 같은 타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정된 구장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거다.
타선엔 문제가 없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오리올스 타자들이 홈에서 기록한 홈런은 510개로 30개 팀 가운데 5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투수들은 피홈런을 정복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오리올스 투수들이 캠든 야즈에서 내준 피홈런은 총 619개. 리그에서 유일하게 앞자리가 6이었을뿐더러 홈, 원정 격차도 120개로 신시내티 레즈(135개)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나 7피트 높이의 펜스가 길게 쭉 뻗어있는 좌중간 펜스는 투수들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그림 1. 2017년~2021년 오리올스 투수들의 홈 피홈런 스프레이 히트맵>
물론 오리올스가 2018년부터 강도 높은 탱킹에 들어가면서 로스터의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지난 4번의 시즌에서100패를 3차례 당하는 동안 팀 탈삼진 비율과 피안타율은 각각 19.6%, 0.267로 리그 최하위였다. 하지만 일라이어스 단장의 말처럼 그간 캠든 야즈에서 피홈런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좌측 담장 기준) 뜬공 당 홈런 비율이 매우 비정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였죠" - 마이크 일라이어스(MASN과의 인터뷰에서) - 그렇다면 1년이 지난 현재, 캠든 야즈에 세워진 높디높은 성벽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앞서 확인했듯 최근 5년간 오리올스 투수들은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번번이 피홈런에 무릎 꿇었다. 매년 리그 평균보다 높은 뜬공 당 홈런 비율을 올렸고 해당 부문 리그 1위를 앞다퉜다. 특히나 2021년은 4.4%p 차이로 리그 평균(13.6%)과 가장 동떨어져 있었다. 좌측 담장을 한정해서 보면 뜬공 당 홈런 비율이 28.5%로 그 차이가 더욱 심했다.
하지만 성벽과 함께한 2022년은 달랐다. 직전 122개였던 홈 피홈런이 79개로 크게 줄었다. 뜬공 당 홈런 비율은 18%에서 9.1%로 반 토박이 났다. 좌측 성벽을 넘어간 홈런은 18개뿐이었다. 지난해 리그 전반에 걸친 투고타저와 30개 구장에 모두 도입된 휴미더(습도조절장치)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변화다.
한순간에 투수들의 무덤에서 천국이 된 캠든 야즈에서 가장 이득을 많이 챙긴 투수는 누구였을까? 정확한 비거리 측정이 가능한 스탯캐스트 시대(2015년~)를 기준으로 캠든 야즈의 변화 이전과 변화 후의 스프레이 차트를 대조해 계산해봤다. 1위는 바로 지난해 팀 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조던 라일스였다.